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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

박웅현 <책은 도끼다>를 읽고

by iwiniwin 2015. 11. 22.

책을 읽은지는 한 달도 넘은 것 같은데, 미루고 미룬 포스팅을 이제서야 하게 되었습니다. 아는 사람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은 도끼다>



우리에게 익숙한 다양한 광고 카피를 창조한 것으로 많이 알려진 광고인 박웅현씨가 인문학 강독회를 하신 내용을 글로 옮긴 책입니다. 챕터별로 좋은 책들을 소개해주고,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책 속의 숨의 의미와 좋은 글귀를 소개해 주는 형식입니다.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시켜 주는데 그 중에서 딱 세 권만 언급하겠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안나 카레니나. 



다른 이들에게는 <책은 도끼다>가 어떻게 와닿을지 잘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큰 의미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저는 나름 책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일 년에 굳이 세어보자면 50권 이상 읽는 것 같습니다.



고전문학, 경제경영, 역사 관련 책들을 좋아하는 편이며 특히 오래 전 나온 세계문학 작품들 읽기를 다른 사람들보다는 선호하는 편입니다. <책은 도끼다>에서 소개한 책들 중에서 읽은 책, 안 읽은 책을 굳이 따지면 반반쯤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를 굳이 왜 하냐면, 제 책읽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막연히 깨닫고는 있었지만 이번에서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책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그저 다독하는 것에만 열중했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책읽기를 꾹꾹 눌러가면서 하라고 조언합니다. 저는 그동안 그렇게 하지 못했구요.



열 권의 책을 '대충' 읽기보다 한 권의 좋은 책을 수 번, 수십 번 반복해 읽으면서 그 의미를 깨닫는 것이 본인은 더 낫다고 본다는 것이죠. 그러고 보면 저는 제가 읽은 책들에서 큰 의미를 찾지 못한 채, 한 권 한 권 읽은 것에 의미를 두었던 것 같습니다.



특유의 책 결벽증 때문에 책에 메모를 하는 것은 고사하고, 줄을 그어본 적도 없기에. 그리고 매번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책 읽은 후 활동을 등한시하였기에 더더욱 읽은 것에 치중하는 독서가 되었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무려 세 번을 연이어 읽었지만 작가가 소개한 그 의미들이 낯설게 여겨졌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제가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지만 그렇게까지 심오한지도 몰랐으며, 안나 카레니나는 심지어 읽고서 정말 재미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의 책을 읽다보니 제가 정말 그 책의 의미를 반의 반도 못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장 하나 하나를 꾹꾹 눌러가며 읽지 못하고, 스토리에 치중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유의미한 메모 따위는 전혀 없었구요.


책 읽는 속도가 빠른 것에 자부심 아닌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니 더더욱 그럴 만도 하지요. <책은 도끼다>를 읽고 나서 <안나 카레니나>를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안 보이던 구절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분명 재미 없는 이야기였는데.



작가님께 절로 감사의 마음이 생깁니다. 책 읽기 걸음마를 이제 막 시작한 느낌입니다. 물론 아직 두 세 걸음 걷다 다시 넘어지는 수준이겠지만. 안나 카레니나의 저 두꺼운 분량이 넘어야 될 산이 아니라, 즐기고 싶은 산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