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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끄적 끄적

술 취했을때 저지른 어이없는 일...술 끊어야지...

by iwiniwin 2015. 12. 9.

최근에 술 취했을때 저지른 정말 어이없는 일이 있어서 이 곳에다가 끄적이고자 한다. 



회사 동료들과 친목 여행을 다녀왔다. 포천에 위치한 경치 좋은 팬션에 짐을 풀고, 시내로 나가서 이동갈비를 먹고 소주를 섭취하였다. 그리고 다시 팬션으로 돌아와 포천에 오기 전 들른 대형마트에서 잔뜩 사온 알콜(?)들과 주전부리를 꺼내서 신나게 먹고 마셔댔다.



나는 술을 취할 때까지 마시는 편이 아니고, 소위 말하는 꼬장을 부리는 타입이 아니라서(그렇게 믿고 싶다), 새벽 1시 30분쯤 취기를 느끼며, 2층에 올라와 누웠다.(정확하게 기억함!)


세수도 하고, 지인(?)들과 전화 통화도 했다. 그 당시에는 조금 취한 정도로 느껴지나, 다음 날 아침에는 기억이 그다지 나지 않는 그런 필름 끊김 상태 정도. 그렇다고 진상 짓을 하거나 실수를 하지는 않는다.



두둥. 다음 날 아침. 정말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핸드폰이 잠겨 있었다. 나는 평소에도 폰 비번을 걸어 두기는 한다. 


문제는... 비번이 아무리 해도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아무리 눌러 봐도. 어제 비번, 저번주 비번, 내가 평소 좋아하는 비번 스타일을 아무리 이리저리 조합을 해 봐도 풀리지 않았다. 다섯 번 연속 실패하면 30초를 쉬어야 한다.


나도 처음 알았다. 그런게 있는줄. 아마 300, 400번 정도 도전한 것 같다. 



그 전 날 밤에 일어난 일은 나밖에 모른다. 복층구조로 된 2층에 제일 먼저 올라온 것도 나였고, 제일 먼저 씻은 것도 나였으며, 1층에서 소음이 많이 들려서 문을 잠그고 벽 구석에 몸을 누인 것도 나였다. 다 기억이 난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잤던 것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렇게 술을 먹고도 인터넷을 했더란다.(인터넷 중독이다 그 정도면...) 그렇다면 결론은 나는 술이 취해서 필름이 끊긴 상태에서(물론 그 순간에는 기억하고 있었겠지만) 비번을 재설정 한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핀 번호 비번을 수정하는데, 하필 그 밤에 그걸 수정한 것이다. 술 취했을때 한 실수 중에서 가장 어이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음 날 정말 비번 푼다고 식겁했다. 집에 가자마자 A/S 센터 가야지 하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있으면서 혹시 몰라서 반나절을 핸드폰을 만지던 중에 여차저차 나도 모르게 풀어버렸다...


술 취했다고 생각하고 손의 감각을 둔하게 한 뒤, 그 전날 비번이랑 비슷하게 이리저리 눌렀더니 정말 풀렸다! 언빌리버블하지만 진짜다!



암튼 그 날 깨달았다. 술 끊어야겠다고. 너무 무섭지 않은가. 글로 적으니 그 때의 그 서늘한 느낌이 잘 살지 않지만(문장력 부족...) 난 정말 그 날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한 일이, 술 취했을때 내가 분명히 한 일이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니.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다시 생각해도 오싹하다.



아 참, 핸드폰 비번 못 풀면 서비스센터 가야됩니다. 아무리 인터넷을 뒤적여도 초기화 말고는 푸는 방법이 없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