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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

싸이월드 백업하기 미션 클리어 (방명록, 일촌평, 쪽지)

by iwiniwin 2015. 10. 5.

싸이월드 일부 서비스가 종료되는 것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방명록, 일촌평, 쪽지. 그래서 종료시점에 맞춰 혹시라도 백업하는 것을 잊을까봐 핸드폰에 알람으로 <싸이월드 백업하기> 이라고 입력까지 해 두었다.



하지만 막상 싸이월드 백업 시한 마지막 날 급한 일이 생겨서, 울리는 알람음을 본체만체 해버렸고, 다음날 아침 적잖이 우울했다. 수년 전부터 잘해봐야 일 년에 두세 번 찾아가는 공간이었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 누군가 내게 남긴 언어들이 영원히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지나간 일(백업 못해둔 것) 생각한다고 바뀌는 것도 없기에,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면할수록 하루종일 그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 이 삼일 서서히 내 머릿속에서 잊혀져 가던 중, 모바일로 인터넷을 끼적거리다 기사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싸이월드 백업하기 10일까지 연장 운영. 야호. 9월 30일날 트래픽 폭증으로 백업을 못 받은 사람들을 위한 조치라는데... 이유가 어찌되었건 나는 뭔가 비현실적인 기분마저 느껴졌다.



평생 다시볼 수 없는 글들이라 생각된 것들이, 그래서 마치 우주 저 너머에 가도 찾을 수 없을거라 생각되었던 글들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내 눈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사실 그리 대단한 것들도 없다. 십년전 누군가 내게 남긴 그 대단하지 않는 방명록 글들, 일촌평들 하찮다면 하찮겠지만. 소중하다면 한없이 소중한 기억들이고 추억들이다.



10월 5일부터 10월 10일까지라고 기한이 명시되어 있기에, 오늘도 핸드폰 알람으로까지 지정해두었기에 방금 기억이 나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백업을 완성하였다. 기분이 꽤 좋다. 뭔가 비유를 하고 싶은데 마땅히 이 상황에서 떠오르는 것이 없다. 어.찌.되.었.건.좋.다.



도토리 장사한다고 비난할 때도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우는 모습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부디 좋은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길 바란다. 고마워요. 싸이월드. 기한 연장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