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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끄적 끄적

정이현 작가 <너는 모른다> 를 읽고.

by iwiniwin 2015. 10. 14.

<달콤한 나의 도시>로 유명한 정이현 작가의 장편소설 <너는 모른다>를 읽었다. 달콤한 나의 도시를 워낙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꽤나 기대를 하고 읽어 나갔다. 표지, 제목, 첫줄까지 모든게 완벽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장르인 추리 쪽 스토리라니...



이야기는 '시체가 발견된 것은 5월의 마지막 일요일이었다.'로 시작된다. 이 문장을 읽었을때만 해도 어마무시한 일들이 머릿속에 펼쳐질것만 같은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다. 과장 거품을 약간만 올려 얘기하자면, 첫 줄만 읽고서 잠도 자지 말고 다 읽어야지라는 생각까지 한 것 같다. 재빠르게 한 가족에 대한 묘사로 넘어갈 때도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작가의 신통방통한 기술에 감탄할 정도였다.



<너는 모른다>의 줄거리는 간략하게 다음과 같다. 여기 한 가족이 있다. 무슨 일을 하는지 가족 중 누구도 정확히 모르는 남자, 그 남자의 재혼상대이자 지속적으로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화교 여자, 남자와 전처 사이에 태어난 애증결핍 큰딸, 의대에 휴학한지 일년이 되었지만 가족 누구도 모르는 무뚝뚝한 아들, 남자와 여자 사이에 태어난 말없는 막내 여자아이. 유지.(이 이름은 잊혀지질 않네.) 



뭔가 이상한 가족이란게 느껴질 것이다. 소설은 가족 구성원의 막내인 8살 꼬마가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아빠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납치라 단정짓고,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사설 탐정을 고용한다. 엄마는 대만으로 남자친구를 만나러 떠났다가 황급히 돌아온다. 큰딸은 자신의 전 남친이 돈 때문에 그 아이를 납치했을거라 생각한다. 아들은 큰 정도 안 쌓인 이복동생을 찾기위해 전단지까지 만들어가며 아이 찾기에 열중이다. 



사건의 핵심은 여자아이는 제 발로 집을 나갔다. 물론 그 뒤로 정말 감쪽같이 사라지기는 하지만.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대충 알 것 같다. 너는 모른다. 진짜 서로 너무도 모른다. 같은 집에서 살고 있지만 무엇을 하고 사는지 모른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게 더 맞는 표현일듯.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는 무슨 돈을 그리 많이 벌어오는지? 왜 경찰에 실종신고도 못하는지? 



그 와중에 이런 저런 비밀들이 밝혀지지만, 그런 부분들이 막내의 사라짐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끝은 다소 허망했다. 


거의 5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을 쉼없이 읽어나갈 정도로 작가는 글도 잘 쓰고 이야기도 재밌게 쓴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무리 좋게 생각해봐도 마무리가 아쉬웠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용.두.사.미.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그것뿐 이였다면 어쩔수 없지만, 그래도 장르소설을 표방한 작품이라면 끝을 그렇게 내지는 말았어야 한다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해본다.


작가를 쉴드 칠 필요도 이유도 없지만 글은 좋았다. 도서관에서 빌려왔던 책인데 사야겠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으니깐. 아무튼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한 정이현 작가의 대표작 <달콤한 나의 도시>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