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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끄적 끄적

오늘밤 누군가 나를 추억하며 잠들까.

by iwiniwin 2015. 10. 11.

살다보니 꽤나 많은 사람들과 그 시절의 그 특정한 시간들을 세상이란 본토에서 벗어난 둘만의 섬에서 공유했고, 이제는 혼자 그 섬에 남겨진 기분으로 그 시간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한껏 미화해서 생각하기도 한다. 주로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거나. 어떤 단어가 뇌리에 꽂히거나. 떨어진 손톱 따위를 줍는 추억과는 동떨어져 있을것 같은 상황속에서 말도 안되게 말이다.



너무도 흘러버린 시간이라 머리로 그 기억을 따라잡기도 버거울 뿐더러 심정의 변화는 고작해야 심장박동수가 오에서 십정도 올라갈 정도지만. 이제는 아줌마가 되어서 머리 질끈 동여맨 똥머리 하고선 아이와 씨름하고 있을 그 여인네들이 내 기억속에는 한껏 멋부린 소위 꽃다운 청춘의 아가씨들이고, 나는 애써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려 본다. 그것마저 기억력의 한계로 그리 순탄치만은 않은 작업이지만. 



운전을 하다가 책을 읽다가 길을 걷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버리면 그 생각이 수초가 지속되지 않는다. 아차, 그런 아이가 있었지. 잘 살고 있으려나? 정도. 그렇지만 이게 잠들기 전 벌어진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잠이 오면 되는데 잠이 안 오면 대략 난감하다. 


시간을 앞으로도 뒤로도 돌려보고 뭔가 특별했던 사건들이나 감정들을 몸을 뒤척이며 떠올리기도 한다. 그럴때면 이런 생각이 곧잘 든다. 나만 이러고 있을까? 아니면 이 세상 어느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그 누군가도 오늘밤 고작 수초라도 내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사람들에게 비춰진 내 모습은 어땠을까. 특히나 헤어질 때의 내 모습은 어떠했을까. 그래도 전화나 문자로 이별을 통보하는 소심함이나 비겁함은 보이려 하지 않았기에 마지막의 내 모습이 영상으로 남아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들의 기억력 용량이 나와 다르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내 모습. 그리고 그들이 기억하는 특별한 내 모습, 기억 따위가 있을까. 아니면 나는 세상 어느 누군가의 기억에서도 완전히 지워져버린 사람일까. 젊은 날에는 헤어진 여자친구들이 곧잘 늦은밤 자니? 따위의 말들을 했던 것 같다. 아니다. 기억의 왜곡을 애써 바로잡으면 내가 먼저 어떤 핑계로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니?



어찌되었던 그런 뭔가 미묘한 이도 저도 아닌 시간을 엔딩크리딧 올라간 뒤 나오는 보너스 영상 마냥 짤막하게나마 함께하며, 나는 헤어진 후에도 사람들의 기억속에 나라는 사람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고만 생각했다. 


이제 나이를 먹고 헤어지고 서로 연락하기가 애매해진 나이가 되었을 무렵부터 엔딩은 문자 뜻 그대로 엔딩이 되어버렸고, 그 얄짤없는 영원한 단절에 약간이지만 슬픈 감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약간은 아니리라. 그냥 인정할 뿐이지.



난 지금 엄연히 사랑하는 이가 있고 누구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네들을 떠올린다고 해서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하는 그런 비현실적인 생각도 하지 않거니와,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고픈 마음도 단.언.컨.데. 없다. 


다만 비가 오락가락 거리고 공기가 습기를 한껏 머금은 꾸리꾸리한 오늘 같은 밤이면 이런 잡생각이 조금 들 뿐이다. 욕심이겠지만 그들에게 남아 있는 나쁜 기억들을 싹 다 지워내고 좋은 기억으로만 남고 싶다. 아무 의미 없는 일이란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게 내게 남아 있는 그 사람들을 향한 마지막 욕심이다.